은퇴하고 다들 무슨 일을 하나 궁금할 때

동창 모임에서 한 사람이 작은 가게 일을 돕기 시작했다는 얘기를 꺼냈습니다. 누군가는 오전에만 일을 한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한동안 아무것도 정하지 않고 지낸다고 했습니다. 은퇴하고 나서 다들 뭘 하는지 궁금해지는 때가 있습니다.
"다들 뭐 하는지" 가 궁금해지는 때
내 일이 당장 끝나는 것은 아닌데도 주변 사람들의 퇴직 소식이 하나둘 들리기 시작하면 마음이 조금 달라집니다. 모임에서 "요즘 뭐 해?"라는 말이 오갈 때나, 오랜 친구가 새로운 공간에서 찍은 사진을 올렸을 때 괜히 화면을 오래 보게 되기도 합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정하려는 마음과는 조금 다릅니다. 그냥 내 또래 사람들은 지금 어떤 식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일이 끝난 뒤 시간은 어떤 모양이 되는지 먼저 보고 싶은 때가 있습니다.
또래가 하루를 채우는 몇 갈래
같은 또래라도 하는 일은 사람마다 꽤 다릅니다. 이전과 비슷한 방식으로 돈을 버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짧은 시간만 일하거나 아는 사람의 일을 가끔 거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돈이 오가지 않아도 꾸준히 이어지는 일들이 있습니다. 가족을 돌보거나 집안의 몫을 더 많이 맡기도 하고, 모임이나 지역 활동처럼 정해진 날마다 밖으로 나가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반대로 일정한 활동을 일부러 만들지 않고 한동안 쉬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침을 늦게 시작하고, 걷고, 장을 보고, 미뤄둔 집안일을 하면서 하루가 흘러가는 시기도 있습니다.
"일" 이라는 말이 넓어지는 지점
'일' 이라는 말을 돈 버는 일로만 좁히면 보이는 것이 많이 줄어듭니다. 누구를 정기적으로 챙기는 일, 집 안에서 오래 미뤄둔 일을 맡는 것, 매주 같은 시간에 어딘가에 나가는 것도 하루의 모양을 꽤 크게 바꿉니다.
그래서 은퇴 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무슨 직업을 가졌느냐"보다 "하루에 어디를 가고 누구를 만나느냐"가 더 눈에 들어올 때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일과 생활이 또렷하게 나뉘어 있었다면, 그 경계가 조금 흐려진 모습도 보입니다.
하루를 어떻게 채우고 싶은지가 먼저 떠오르는 사람도 있고, 돈이 먼저인 사람도 있습니다.
세 사람의 하루 — 멀찍이서
한 사람은 아침에 집을 나서 작은 가게의 준비를 잠깐 돕고 점심 전에 돌아옵니다. 오후에는 장을 보거나 집에서 쉬면서 다음 날 할 일을 조금 챙깁니다.
또 한 사람은 정해진 요일에 가족을 돌보는 시간이 있습니다. 나머지 날은 약속을 잡기도 하고, 아무 일정 없이 동네를 걷다가 집으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다른 한 사람은 특별히 이름 붙일 만한 일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오전과 오후에 혼자 보내는 시간을 나누어 두고, 책을 보거나 정리를 하거나 가까운 사람과 차를 마시는 식으로 하루를 보냅니다.
궁금함을 자기 질문으로 바꾸기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듣다 보면 결국 눈이 가는 지점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돈이 얼마나 필요한지, 하루 중 내 시간이 얼마나 있었으면 하는지, 사람을 자주 만나는 쪽이 편한지 혼자 있는 시간이 더 필요한지 같은 생각이 남습니다.
- 돈이 들어오는 일이 내 하루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차지했으면 하는지
- 시간을 일정하게 묶어두는 생활과 그날그날 움직이는 생활 중 어느 쪽이 덜 답답한지
- 사람을 만나는 일이 힘을 주는지, 혼자 보내는 시간이 더 필요한지
- 하루가 지나고 나서 무엇을 했다고 느끼면 마음이 덜 허전할지
이 질문에도 한 번에 답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하루를 몇 번 듣고 나면 내가 유난히 오래 듣게 되는 이야기가 생기고, 반대로 별로 끌리지 않는 모습도 조금씩 보입니다.
궁금한 사람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 기사보다 정확한 때가 많습니다. "요즘 뭐 하세요?"보다 "하루는 어떻게 보내세요?"라고 물으면 생각보다 다른 이야기가 돌아오기도 합니다.
주변 분들은 은퇴하고 어떤 식으로 하루를 보내고 계신지 가볍게 이야기해보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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